가을 선율 머금은 청와대 콘서트 관람기

9월 10일 일요일 오후 5시,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초가을 청와대 헬기장. 이곳에서는 ‘2023 블루하우스 콘서트(Blue House Concert)’가 이틀간 연이어 개최되고 있었다. 

오랜만에 청와대에 방문한 부모님은 청와대에서 듣는 클래식 공연이 어떨지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성악가들이 대거 참여한단다. 사무엘 윤, 양준모, 임세경 등 성악가들이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및 국립오페라단과 함께 유명 오페라 아리아, 우리 가곡을 들려준다고 하니 마구 가슴이 뛰었다. 

게다가 사방이 탁 트인, 풍수지리학적으로도 길지인 청와대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했다. 

막을 올린 2023 블루하우스 콘서트의 시작은 우리에게 익숙한 곡, 비제의 ‘카르멘’ 서곡이었다. 특히, 이번 공연은 ‘듣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보는 맛’도 훌륭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다수 전시를 진행하고 영상, 인터랙티브 미디어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빠키(VAKKI) 작가 및 폭스바겐 등과 다양한 협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요한 작가가 미디어아트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꽤 시원한 산들바람이 부는 가을 하늘 아래, 오감을 만족시키는 ‘카르멘’ 서곡은 본 공연을 맛보기 위한 ‘전채요리’로 충분했다.

이후, 최정상 성악가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소품과 몸짓, 표정을 최대한 활용해서 공연에 푹 빠져들게 했으며, 곡에 대한 설명을 친절하게 해주고 관객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려고 하는 사회자의 노련한 진행 또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도 외국의 곡들은 한글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듣는 것으로는 이해하기 힘든데, 양쪽에 설치된 스크린에 한글 자막이 나와 ‘이 노래가 어떤 노래인지, 어떤 분위기를 자아내는지, 특정 표정과 몸짓을 펼쳐내는 성악가들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평소의 나는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의 공연을 볼 때, 노래의 리듬과 분위기에만 취하려고 했었는데 ‘그냥 듣는 음악’과 ‘이해하고 소화하면서 듣는 음악’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번 블루하우스 콘서트의 백미는 한국입양어린이합창단의 공연이었다. 이 아이들이 꿈꾸는 세상, ‘넬라판타지아’를 들으며 내면의 무언가가 충만하게 차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아리랑 메들리’는 아이들의 순수하면서도 청아한 목소리와 아리랑의 구슬픈 선율과 어우러져 눈시울이 계속 붉어지기도 했다. 

‘마중’, ‘신고산 타령’, ‘산촌’, ‘꽃구름 속에’, ‘뱃노래’, ‘그리운 금강산’ 등 우리의 아름다운 가곡 공연으로 마무리된 이번 공연은 날씨, 공간, 공연의 양과 질 모두 충족된 ‘금상첨화’ 공연이자 꿈같은 시간이었다. 

공연을 모두 관람한 부모님께서는 “야외에서 이런 아름다운 공연을 들을 수 있어 좋았고 노을이 지는 저 풍경에 한 번 더 취한 것 같다”고 소감을 말씀해 주셨다. 아무쪼록 국민 곁에 다가온 청와대가 이런 유의미한 공연을 자주 개최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책기자단|전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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